
RE100이란 무엇일까요?
RE100(Renewable Energy 100%), 많이 들어는 봤는데 정확히 뭘까요? 제가 이해한 바로는,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하는 자발적인 글로벌 캠페인이었습니다.
- 2050년 : 재생 에너지 100% 달성 의무
 - 2040년 : 재생 에너지 90% 달성 의무
 - 2030년 : 재생 에너지 60% 달성 의무
 
단순히 '착한 일'을 하자는 걸 넘어, 영향력 있는 기업들이 연합해서 "우리 앞으로 재생에너지만 쓸 테니, 시장에 많이 공급해주세요!"라고 외치는 강력한 '수요 신호' 더군요. 결국 개별 기업의 약속이 모여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움직임인 셈입니다.
RE100,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1. 누가 주도하나요? 영국의 비영리단체인 'The Climate Group'이 주도하고, 글로벌 환경 정보 공개 프로젝트인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와의 파트너십으로 운영됩니다. 그래서 회원사들은 매년 CDP를 통해 이행 실적을 보고하고 검증받는 구조입니다.
- 주도 산업 및 기업: IT(Apple, Google, Microsoft), 자동차(BMW, GM), 유통(IKEA, Walmart), 금융(Goldman Sachs, Bloomberg) 등 B2C 기업이나 글로벌 공급망을 갖춘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더불어 공급망 전체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2. 아무나 가입할 수 있나요? 주요 대상은 연간 전력 사용량이 100GWh 이상인 '영향력 있는' 기업들입니다. 100GWh가 어느 정도인지 감이 잘 안 왔는데, 찾아보니 우리나라 약 2만 4천 가구가 1년 동안 쓰는 전력량과 비슷하더군요. 데이터센터나 반도체 공장 같은 곳은 훨씬 더 많이 쓰고요. 캠페인의 신뢰도를 위해 화석연료 관련 매출이 절반이 넘는 기업은 가입이 제한된다고 합니다.
참고로, 전력량 단위에 대한 개념을 표로 정리해두면 규모를 이해하기 훨씬 쉽습니다.
| Wh (와트시) | 1W의 전력을 1시간 사용한 양 | 스마트폰 완전 충전 (약 10~15Wh) | 
| kWh (킬로와트시) | 1,000Wh | 가정용 전기요금 단위 (월 350kWh/가구) | 
| MWh (메가와트시) | 1,000kWh | 작은 상점/사무실의 한 달 사용량 | 
| GWh (기가와트시) | 1,000MWh | RE100 가입 기준 단위. 대규모 공장/데이터센터 | 
| TWh (테라와트시) | 1,000GWh | 국가/대도시 연간 사용량 (대한민국 연 548TWh) | 
"재생에너지로 썼다는 걸 어떻게 증명하죠?"
가장 궁금했던 점입니다. 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전기가 한번 전력망에 섞이면 어떤 게 태양광 전기고 어떤 게 화력발전 전기인지 알 수 없잖아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너지 속성 인증서(EAC, Energy Attribute Certificate)'라는 제도가 있었습니다.
- 핵심 원리: 재생에너지 발전소는 전력(MWh)을 생산할 때, 그 전력의 '재생에너지 속성'을 증명하는 인증서(EAC)를 함께 발급받습니다. (보통 1MWh당 1개) 기업은 전력망에서 일반 전기를 쓰더라도, 사용한 만큼의 인증서를 구매해서 "나는 이만큼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셈입니다"라고 증명하는 방식입니다.
 - 용어 정리: 이 인증서는 지역별로 이름이 조금씩 다릅니다.
 
용어지역설명
| REC | 북미 | 미국, 캐나다 등에서 사용하는 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 | 
| GOs | 유럽 | 유럽 연합에서 통용되는 재생에너지 출처 보증서 | 
| I-REC | 국제 | 위 지역 외 국가들에서 표준으로 사용하는 인증서 (우리나라 포함) | 
- 중복 사용 (Double Counting) 방지: 인증서에는 고유 번호가 있어서, 한번 사용(RE100 실적으로 제출)되면 폐기(Retire) 처리됩니다. 덕분에 A기업이 사용한 실적을 B기업이 또 주장하는 문제를 막을 수 있습니다.
 
어떤 에너지가 '재생에너지'로 인정될까요?
태양광, 풍력, 수력, 지열 등은 당연히 인정됩니다. 다만 몇 가지 논의 지점이 있더군요.
- 바이오매스: 나무나 식물을 태우는 방식이라 '재생 가능'하지만, 연소 시 탄소가 배출되고 원료 확보 과정에서 삼림을 파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있습니다.
 - 수소(H₂)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이들은 에너지를 '생산'하는 원천이 아니라 에너지를 '저장'하거나 '운반'하는 매개체입니다. 따라서 이걸 만들거나 충전한 최초의 에너지가 재생에너지일 경우(예: 그린수소)에만 인정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핵심은?
정리하고 보니 RE100은 이제 단순히 환경보호 캠페인이 아니라, 우리 같은 기업에게는 '공급망 리스크'이자 '투자 리스크' 관리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고객이 요구합니다: Apple이 부품사에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는 것처럼, RE100에 가입하지 않아도 고객사의 요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 인증서(Certificate)가 핵심입니다: RE100 이행의 실무는 결국 '인증서 거래'입니다. 따라서 인증서의 종류, 가격, 거래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 거의 전부라 할 수 있겠습니다.
 - 나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RE100은 회원사 400여 곳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과 거래하는 수십만 공급망 기업 모두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었습니다.
 
RE100 이 단순히 친환경 사업에 그치지 않는 이유
RE100 이행은 단순히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넘어,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와 기업의 '재무적 손익'이 교차하는 복잡한 전략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재생에너지를 조달하느냐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인정받을 수도,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환경적 가치(부가물)를 온전히 이전받아 '중복 산정'의 오류를 피하는 것이 RE100 이행의 핵심 원칙이며, 이는 기업의 장기적인 에너지 전략과 비용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한국의 경우, 재생에너지 구매가 온실가스 감축 실적과 직접 연동되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1MWh의 재생에너지 사용 시, 0.47톤의 온실가스 감축 인정
신재생에너지 구매와 인증서 구매에 모두 비용이 들고, 탄소 배출권 및 국경 조정제도에 의한 배출권 구매가 필요한 경우에도 비용이 들기 때문에, 특정 산업의 경우 수출 경쟁력 확보 및 규제 대응을 위해서 재생 에너지 조달 혹은 탄소 배출 감소에 드는 비용과 사업과 제품의 비용 및 원가를 기반한 수익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자동차, 시멘트 산업 등은 막대한 전력을 사용하고 공정상 배출도 많아 RE100과 온실가스 배출권 구매가 모두 필요한 대표적인 산업군입니다
RE100과 온실가스 배출권 구매가 모두 필요한 산업
- 해당 산업:반도체/디스플레이: 막대한 전력을 사용하며, 공정 과정에서 가스 배출도 많습니다.
 - 석유화학 및 정유: 전력과 열에너지 사용량이 매우 높습니다.
 - 철강 및 비철금속: 용광로 등 전기로 운영에 대규모 전력이 필요합니다.
 - 자동차: 제조 공정의 전력 사용량이 많고, 전기차 전환 투자가 동시에 필요합니다.
 - 시멘트/제지: 생산 공정에서 대규모 에너지를 소비합니다.
 
RE100 의 목표를 이해했으니 이제 기업의 비용과 노력이 어떻게 인정 받는지에 대해 살펴봐야 합니다. 목표 달성을 위한 노력이 헛되게 쓰이면 안되니까요. 다음 포스팅에서는 RE100 을 달성하기 위한 방식과 인정되는 인증서 구매 방식의 종류 그리고 원칙들에 대해 살펴봅니다.
2025.06.07 - [사유와 탐구/Sustainability] - RE100 함께 알아보기 [1단계]: 규칙 이해
* 이 글은 RE100 에 대한 법적 조언이나 컨설팅을 제공하는 목적이 아닌 RE100 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쓰여진 글입니다.
* RE100 에 관한 명확한 규칙 및 적용 방식에 대한 근거 자료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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