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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Business

경험 경제 - 경험을 비즈니스로 만드는 법 (3)



일이 연극이다
경험재를 통해 경제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는 이제 더 이상 ‘비즈니스’라는 이름 보다는 ‘연출’ 에 가까운 일을 하게 된다. 전통적으로 경영학에서 많이 쓰였던 다양한 용어들 - 전략, 프로세스, 태스크, 상품, 고객 - 이라는 단어는 - 작품, 대본, 연극, 연기, 관객 - 이라는 단어로 바꾸어도 크게 다른 의미를 갖지 않으며 직원과 고객이 만나는 그 순간 모든 것이 연출된 대본에 의한 상호작용으로 경험을 만들어 내는 순간으로 변모하게 된다.

고객과 직원이 무대 위에서 상호작용 하며 만들어 내는 기승전결의 스토리가 바로 고객 경험 (CX) 이 되고, 사용자와 컴퓨터가 인터넷이라는 무대 위에서 상호작용 하며 만들어내는 기승전결의 스토리가 바로 사용자 경험 (UX) 이 되어 CX 와 UX 에 고객과 사용자는 과금 및 지불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배우 역할을 하는 직원과 컴퓨터 (혹은 어플리케이션) 는 주어진 역할 (Role & Responsiblity) 에 충실한 것을 넘어서 전문성캐릭터를 요구 받게 되고, 배우가 얼마나 전문적으로 캐릭터에 몰입해 서사를 전달하느냐에 따라 관객의 반응이 달라 지듯, 직원과 컴퓨터 (혹은 어플리케이션) 가 얼마나 전문성을 갖고 캐릭터에 충실하느냐에 따라 고객과 사용자의 경험 (CX / UX) 의 양과 질이 달라 진다.

연출된 무대는 말 그대로 ‘의도’를 가진 연출로 결국에는 작가 혹은 감독의 의도를 담아 관객에게 전달 되고, 관객은 의도에 따라 다양한 반응을 보이게 된다. 비즈니스 또한 의도를 가진 연출이 되며 비즈니스의 ‘의도’ - 고객 경험의 증대, 매출의 증대 - 를 구현하는데 충실하게 된다. 전통적인 BPR (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 이 비즈니스가 ‘무엇을’ 해야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접근 방식이었다고 하면, 연출적 방식의 비즈니스는 그 ‘무엇’을 ‘어떻게’ 해야 경험 경제 시대에 비즈니스가 경험재를 통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 하고 있다.

네 가지 연극의 형식
경험 경제를 설명하는 마지막 장들 에서는 비즈니스도, 일도, 고객 경험도 아닌 ‘연극’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일이 연극이라는 표현은 단순한 메타포가 아니라 정말로 전통적인 의미의 일과 생산성의 개념이 ‘연극’이 되었음을 선언하는 것이다.

따라서 본격적으로 경험재를 설계, 생산, 판매 하기 위해서는 한 편의 연극의 절차를 따른다. 그것이 짜여진 대본과 준비된 무대에서 이루어지는 ‘플랫폼 연극’이건 무대도 대본도 정확하게 정의되지 않은 ‘즉흥 연극’이 되었건 일을 해나가는 과정은 끊임 없는 연극과 연출의 연속이다. - 플랫폼, 거리, 매칭, 즉흥 연기 - 네 가지 연극의 형식을 빌어 다양한 상황을 설명하지만 굳이 형식을 나누지 않더라도 무대와 대본의 즉흥성에 따라 다양한 연출과 연기를 펼쳐 나가는 것이 경험 경제의 비즈니스의 모습인 것이다.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와 메시지는 정해둔 채,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면서 주어진 무대와 대본에 따라 이를 이끌어 가는 힘. 그 힘이 바로 경험 경제에서 경험재를 설계, 창출, 전달 할 수 있는 원동력이며 개인과 비즈니스의 경쟁력이 되는 것이다. 물론 처음 부터 완벽한 작품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끊임 없는 연습과 고민이 고부가가치의 경험재를 만들어내는 원천이 될 것이다.

제작자와 연출가 그리고 배우
전통적인 비즈니스는 투자자와 경영자 그리고 직원의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 비즈니스는 멀리 보면 재화의 생산과 판매를 통해 투입 자본 대비 더 큰 매출을 일으키는 ‘돈 벌어다 주는 기계’ 라고 볼 수 있다. 투자자는 기계를 소유한 사람이며 경영자는 기계를 설계하고 운영 하는 사람, 노동자는 기계의 생산 활동을 보조하는 사람으로 볼 수 있다. 전통적인 비즈니스에서는 투자자 - 경영자 - 노동자가 각자의 역할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며 돈 벌어다 주는 기계가 효과적으로 운영 되는지, 효율적으로 운영되는지를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했다.

경험 경제에서의 비즈니스는 투자자 - 경영자 - 노동자의 관계를 제작자 - 연출가 - 배우의 관계로 바꿔 놓는다. 분업을 통해 역할을 나누어 수행하며 역할의 합이 조직의 생산성의 총합이 되던 시대에서 벗어나, 각자가 전문성과 캐릭터에 몰입하여 조화를 이루어냄으로써 제작자가 내어 놓은 투입 자본 대비 이전 보다 더욱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 주는 ‘돈 벌어다 주는 기계 혹은 무대 혹은 콘텐츠’ 가 되었다. 재화를 제때 생산해서 전달해 주는 것 보다도 관객이 무대를 경험하기 전 보다 후에 더 높은 만족감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주요 목표가 된 것이다.

좀 더 면밀히 이를 들여다 보면, 제작자 - 연출가 - 배우 외에도 이 무대를 보다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서 자신의 능력을 투입하는 사람들이 있다. 극작가 (전략가), 각색가 (품질 및 프로세스 담당자), 무대 기술자 (기술 전문가 - 무대 디자이너, 소품 관리자, 의상 디자이너), 무대 담당자 (매장 및 영업 담당자), 그리고 캐스팅 디렉터 (인사 및 채용 담당자) 들이 비즈니스라는 무대 위에서 각자의 역할을 다한다.

경험 경제에서의 경쟁의 의미
경험 경제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시간]을 채울 경험재들을 구매하게 될 것이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용처 보다는 경험의 양과 질이 주는 고객 만족 (Customer Satisfaction) 이 주요한 효용 가치로 자리잡을 것이며 다양한 경험재들은 서로 경쟁할 것이다. 여행을 가더라도 비행 경험과 숙박 경험 중 어떤 것에 더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고 저렴한 여행자용 호스텔에 묵을 수도 있고, 이코노미 클래스를 타고 고급 호텔에 묵을 수도 있는 것이다. 비록 비행과 숙박의 목적이 다르더라도 고객 - 관객 - 들은 동일한 예산 안에서 어디에 더 돈을 많이 쓰게 될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변혁을 가져다 주는 경험재여야 경제재가 된다
경험재에 비용을 부과하는 비즈니스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경험재가 범용화의 길로 빠져드는 것이다. 경험재가 범용화의 길로 빠져들면 결국에는 경험재로써 과금할 수 있는 가치가 줄어들어 버리거나 단순한 재화 혹은 서비스의 전달 과정으로 변해버린다. 경험재가 진정한 의미의 경제재가 되고 사람들이 돈을 낼 의사가 있게 만드려면 경험재를 통해 습득하는 ‘경험’이 개인의 삶을 ‘변화’ 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경험재에서 ‘변화재’ 로써의 진화이며 또 다른 의미의 경제재의 출현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경험을 연출 하는데서 벗어나 변화를 인도 하는 - 건강을 회복하게 하거나, 영양 상태를 개선하는 등 - 재화에 대해 사람들은 반박의 여지 없이 필요한 만큼의 화폐를 지불할 것이다. 변화 (Transformation) 은 하나의 제품, 서비스, 경험 만으로 단순히 이루어지지 않고 제품, 서비스, 경험의 반복적인 조합으로 보다 시간을 들여 이루어진다. 이를 오케스트레이션 하는 비즈니스와 사람이 이에 걸맞는 대우와 화폐를 지급 받게 될 것이다. 지금 시점에 이에 가장 근접한 산업은 아마도 의료, 교육, 금융일 것이다.

비즈니스 컨설팅의 입지가 과거와는 다른 점이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과거 전통적인 비즈니스 컨설팅은 이유와 방향 그리고 방법론을 제시했지만 수행이나 성과와는 관계가 없었다. 그래도 시장에서 비즈니스 컨설팅의 전문성은 인정 받을 수 있었고 기업들은 비싼 컨설팅 비용을 지불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부터 컨설팅 무용론이 등장하고, 전통적인 컨설팅 강자들이 그 명성을 잃어가면서도 - 기술 기반의 컨설팅 혹은 경험이나 변화를 실제로 가져다 주는 컨설팅에 더 많은 비용이 지불되기 시작했다. 아마도 예상컨데, 컨설팅 혹은 아웃소싱은 변혁을 가져다 줄 때만 그 가치를 인정받고 과금을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한다. 연극이라는 콘텍스트에서 이야기 하자면, 비즈니스 컨설턴트는 이제 관객들의 만족도로 평가 받고 지불 받는 ‘연출 전문가’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유명 컨설턴트를 찾아가는 것은 척추 지압사를 방문하는 일과도 같습니다. 182번이나 그곳에 갔지만 아직도 여전히 그곳을 찾고 있으니까요.”

“범용품은 대체 가능하고, 재화는 유형이며, 서비스는 무형이다. 경험은 기억에 남는 것이고, 트랜스포메이션은 효과적이다.”

경험과 변화의 차이
“다른 모든 경제재는 소비 이후에 지속적 결과가 따르지 않는다. 심지어 경험조차 시간이 흐른 후에는 그 기억이 흐릿해진다.”
“트랜스포메이션은 구매자의 존재 그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경험과 변화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지속성’에 있다. 변화는 이전과 다른 상태를 갖추었음을 의미 하는 것이다. 그것이 질병의 치료가 되었건,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가 되었건 상태의 변화는 지속적이며 새롭게 변화된 상태에서 소비자 / 구매자는 효용을 느낀다.

트랜스포메이션 경제에서 고객이 원하는 것은 ‘본인의 변화’ 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본인의 변화는 누군가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는 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제품, 서비스, 경험을 전달해도 본인 스스로가 변화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면 트랜스포메이션은 불가능 하다. 따라서 트랜스포메이션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변화하고자 하는 열망’을 찾아내는 것이다. 변화하고자 하는 열망이 있다면 범용품, 제품, 서비스, 경험의 종합적인 전달을 통해 변화로의 ‘인도’ 가 가능할 것이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경제재가 되는 시대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열망 , 경험 그리고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한 꾸준한 관심이 보장되려면 타인에 대한 배려가 전제되어야 한다. 경제적인 과실을 위해 고안한 경제 모델이 아이러니 하게도 ‘도덕적’ 혹은 ‘가치판단적’ 전제를 필요로 하게 되는 것이다. 일회성 변화가 아닌 지속적 변화가 가능하게 하려면 사람은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필요로 한다.

제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재고의 관리가 중요했듯, 서비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보의 관리가 중요했다. 경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연출을 위한 다양한 지식이 중요했다면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혜 (Wisdom) 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변화의 경제재를 가장 잘 드러내 보이고 있는 헬스케어 산업의 예시를 보면, 병원과 헬스케어 산업은 더 이상 지식에만 의존하지 않고 고객과 환자의 상태를 변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지혜 (ex. 알콜 중독자 자조 모임을 통한 내적 치료와 같은) 를 발휘하려 한다.

새로운 밸류 체인의 등장
경제재가 등장하면 경제재가 ‘거래’의 순간까지 이르는 밸류 체인이 함께 등장 한다. 각 경제재의 밸류 체인을 간단하게 정리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 범용품 (Commodity) : 탐사 > 발견 > 추출 > 매매
  • 제품 (Goods) : 개발 > 제조 > 품질 > 납기
  • 서비스 (Service) : 고안 > 전달 > 반응 > 반영 (상호작용)
  • 경험 (Experience) : 묘사 > 연출 > 기억 > 반응 > 반영 (상호작용)
  • 변화 (Transformation) : 열망 > 인도 > 강화 > 지속 (인내)


“너희는 온 천하에 다니며 만민에 복음을 전파하라”
비즈니스의 비전과 전략은 조직원인 배우들의 대본과 지혜가 되며 고객에게 경험과 변화를 선사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이에 걸 맞는 경제적 성장을 이뤄내게 된다.

경제는 인간 욕망의 구현 수단일 뿐
결국 인간은 언제나 완벽한 상태에 이르기를 원한다. 그러나 우리가 모두 알고 있듯 개개인은 모두 불완전할 수 밖에 없다. 제품을 구매하고, 서비스를 받으며, 경험을 누리면서 모든 사람들은 ‘나 자신’ 에게 부족한 무언가를 채우기 위해 노력한다. 변화 (Transformation) 라는 경제재 자체도 특정 시점을 전제로 한 상태의 변화일 뿐 ‘영속적으로 완벽한 상태’ 를 만들어 줄 수는 없다. 인간이 신이 되지 않는한 끊임없이 사람들은 열망할 것이고 인간은 완벽해 지기 위해 돈을 벌고 화폐를 통해 재화를 구매하며 완벽해 지기를 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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